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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루아르·보르도, 프랑스 미식기행 (크루아상, 치즈, 와인)

by 하늘달셋 2025. 5. 28.

프랑스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머릿속에 그려지는 것은 무엇일까요? 에펠탑, 루브르 박물관, 센강의 낭만적인 풍경도 있지만, 많은 이들이 ‘프랑스 음식’이라는 단어에 미소를 짓습니다. 프랑스는 미식의 본고장이자, 음식 하나하나에 스토리가 깃든 나라입니다. 이번 여행에서는 단순히 관광지를 훑는 것이 아니라, 파리의 크루아상, 루아르 계곡의 고트 치즈, 보르도의 와인을 따라 프랑스 미식의 깊이를 탐험하는 여정을 떠나보려 합니다. 각각의 지역에서 맛볼 수 있는 대표 음식과 그 음식이 품고 있는 문화적 맥락까지 함께 살펴보며, 혀끝에서 시작되는 프랑스 여행을 경험해 보세요.

 

파리.루아르.보르도,프랑스미식기행(크루아상, 치즈. 와인)
크루아상

파리, 아침을 여는 크루아상의 향기

프랑스 미식 기행의 출발지는 당연히 파리입니다. 파리는 단순히 수도 이상의 의미를 지닌 도시죠. 문화, 패션, 예술의 중심지이기도 하지만, 그중에서도 '아침의 냄새'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크루아상입니다. 이른 아침, 파리의 좁은 골목길을 걷다 보면 어디선가 고소한 버터 냄새가 코끝을 간지럽힙니다. 그것은 파리의 수많은 ‘불랑제리’에서 갓 구워낸 크루아상 때문이죠. 겹겹이 결을 이룬 반죽이 오븐에서 구워지며 황금빛으로 빛나는 순간, 파리의 하루가 시작됩니다.

크루아상은 단순한 빵이 아닙니다. 그 속에는 장인의 손맛과 수십 년의 기술이 녹아 있습니다. 프랑스산 밀가루, AOP 인증을 받은 고급 버터, 정확한 발효 시간, 그리고 섬세한 굽기까지. 하나의 완벽한 크루아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수많은 정성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마레 지구의 ‘뒤 파농’, 몽마르트르의 ‘블레 실드’, 생제르맹의 ‘앙젤리나’ 등은 현지인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미식가들이 찾아오는 명소로 유명하죠. 크루아상을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그 바삭함과 부드러움, 그리고 고소한 풍미가 입안을 감싸며 마치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요즘은 전통 크루아상 외에도 다양한 변주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초콜릿을 넣은 ‘팽 오 쇼콜라’, 아몬드 크림이 들어간 ‘크루아상 오 잠드’, 심지어 트러플 오일이나 말차, 루비초콜릿이 가미된 현대적인 버전도 등장했습니다. 파리에서의 하루는 유명한 미술관을 가는 것보다, 한 조각의 크루아상으로 시작하는 것이 더 특별할지도 모릅니다.

루아르 계곡, 고트 치즈가 빚어낸 깊은 풍미

파리에서 기차를 타고 남쪽으로 내려가면 만날 수 있는 루아르 계곡은 프랑스 미식 문화의 또 다른 중심입니다. 이곳은 ‘프랑스의 정원’이라 불릴 만큼 자연경관이 뛰어나며, 수십 개의 중세 성과 함께 풍요로운 농업 문화가 공존합니다. 그리고 그중 가장 빛나는 보물은 단연 ‘치즈’입니다.

루아르 계곡은 프랑스에서도 고트 치즈 생산지로 유명한 지역입니다. 고트 치즈, 즉 염소젖으로 만든 치즈는 독특한 풍미와 부드러운 질감으로 전 세계 미식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죠. 대표적으로 생모르 드 투렌 , 발랑세 , 생모르 같은 치즈는 루아르를 대표하는 브랜드처럼 여겨지며, 이 지역을 여행하는 이들의 필수 아이템입니다.

현지 시장에서는 갓 만든 고트 치즈를 손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치즈 장인은 매일 아침 우유를 받아 손수 만들고, 적절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며 숙성시켜 풍미를 더합니다. 치즈는 그저 먹는 음식이 아니라, 지역 농부들의 삶이 녹아든 문화의 일부이죠. 특히 흥미로운 점은 각 치즈의 모양과 질감, 맛이 조금씩 다르다는 것입니다. 재료는 같더라도 지역의 토양, 공기, 수분의 미세한 차이가 치즈의 풍미에 영향을 미치죠. 이는 프랑스에서 치즈를 하나의 '예술'로 바라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루아르에서는 치즈 농장 방문 투어도 추천할 만합니다. 숙성 창고를 둘러보고, 직접 염소를 만져보고, 막 만든 치즈를 시식하며, 음식의 진짜 의미를 새삼 깨닫게 되죠. 치즈와 함께하는 화이트 와인 한 잔, 그리고 햇살 가득한 루아르 강변. 이보다 더 낭만적인 미식 여행이 또 있을까요?

보르도, 와인과 시간의 깊이를 마시다

프랑스 미식 기행의 마지막 목적지는 ‘와인의 성지’ 보르도입니다. 보르도는 단순한 와인 산지가 아닌, 와인 문화 그 자체가 도시의 뿌리가 되어 있는 특별한 곳입니다. 도시 외곽에는 광활한 포도밭이 끝없이 펼쳐져 있고, 그 속에는 고풍스러운 샤토(Château)들이 숨어 있습니다. 이곳에서 만들어지는 보르도 와인은 메를로, 카베르네 소비뇽, 카베르네 프랑을 주로 블렌딩 하여, 묵직하면서도 우아한 풍미를 자랑합니다.

보르도의 와인은 수백 년의 전통과 기술, 그리고 자연이 함께 만든 걸작입니다. 와인 하나를 만들기 위해선 그 해의 기후, 토양의 상태, 수확 시기, 양조 방식까지 모든 요소가 정교하게 조화를 이루어야 하죠. 이런 점에서 와인은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시간을 마시는 예술입니다.

여행자들을 위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대표적인 와이너리인 샤토 마르고, 무똥 로칠드, 오브리옹 등을 방문하면, 와인 시음은 물론 와이너리 투어와 페어링 디너까지 즐길 수 있습니다. 특히 수확철에 방문하면 포도 수확 체험도 할 수 있어 현지 문화를 더욱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보르도 시내에는 ‘라 시테 뒤 뱅’이라는 세계적인 와인 박물관도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와인의 역사와 세계 각국의 와인 문화, 보르도 지역의 특징 등을 다양한 멀티미디어 콘텐츠로 체험할 수 있어 와인 입문자들에게도 매우 유익하죠. 옥상 전망대에서는 보르도 시내와 강을 바라보며 와인을 음미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보르도에서는 단 한 잔의 와인이 하루를 완성해 줍니다. 그 잔 속에는 햇살, 토양, 사람의 손길, 기다림의 시간이 모두 녹아 있으니까요.

결론

프랑스는 눈으로 보기보다, 입으로 맛보아야 비로소 그 진짜 매력을 알 수 있는 나라입니다. 파리의 크루아상은 일상의 예술이고, 루아르의 치즈는 지역의 전통이며, 보르도의 와인은 시간이 농축된 기쁨입니다. 이 세 가지를 중심으로 한 미식 기행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프랑스라는 나라의 정수를 깊이 이해하는 방식입니다. 다음 프랑스 여행이 있다면, 지도보다도 미식 가이드북을 먼저 펴보세요. 미각으로 기억되는 여행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