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아티아는 미식가들에게 매력적인 나라입니다. 유럽과 지중해, 발칸의 맛이 공존하는 이곳에서는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넘어 지역 문화와 역사, 계절감까지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진짜 크로아티아의 맛을 알고 싶다면? 메뉴판 위의 사진보다, 현지인이 자주 먹는 '일상 속 음식'을 중심으로 즐기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관광객들에게는 낯설지만, 현지인들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음식 3가지를 통해 크로아티아를 더 깊이 있게 맛보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사르마: 겨울마다 생각나는 따뜻한 양배추 요리
크로아티아 가정에서 겨울철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대표적인 음식이 바로 사르마(Sarma)입니다. 우리나라의 김치찜처럼, 절인 양배추에 고기와 쌀을 채워 만든 요리로, 중부 유럽과 발칸 지역에서도 널리 사랑받고 있는 전통 음식입니다. 단순한 재료지만, 사르마에는 각 집안의 손맛과 시간이 담겨 있어 진정한 슬로푸드로 여겨지죠.
샤르마는 크로아티아 대부분의 가정에서 직접 만들어 먹는 음식입니다. 양배추는 소금물에 절여 부드럽게 만들고, 다진 돼지고기와 소고기, 쌀, 마늘, 양파, 후추로 속을 채워 돌돌 말아냅니다. 그런 다음 토마토소스와 함께 오랜 시간 뭉근하게 끓여주면 완성됩니다. 요리 중에 나오는 양배추 특유의 향과 고기 육즙이 어우러진 국물은 사르마의 핵심 포인트입니다.
관광지 주변 레스토랑에서는 잘 보기 어려운 음식이지만, 현지인이 운영하는 작은 식당이나 시장 근처 분식집, 혹은 ‘가정식 레스토랑(Konoba)’을 방문하면 비교적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바게트나 감자퓌레와 함께 곁들이면 한 끼 식사로 충분하며, 겨울철에는 현지 사람들의 ‘소울푸드’로 손꼽히는 메뉴입니다.
프리트 울라: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꼭 먹어야 할 길거리 간식
현지인들의 달콤한 추억이 담긴 음식, 프리트 울라(Fritule)는 크로아티아식 미니 도넛입니다. 특히 크리스마스 시즌이나 축제 기간이 되면 도시 곳곳에서 이 작고 귀여운 간식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외국인들에게는 낯설지만, 크로아티아 사람들에게는 어릴 적 추억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프리트 울라는 밀가루 반죽에 달걀, 요구르트, 건포도, 오렌지 제스트 등을 넣어 작게 빚은 후 기름에 바삭하게 튀겨냅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며, 기호에 따라 설탕, 시나몬 파우더, 혹은 초콜릿 소스를 뿌려 즐기기도 하죠. 특히 겨울철에는 따뜻한 와인(글뤼바인)과 함께 먹는 조합이 환상적입니다.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자그레브, 리예카, 두브로브니크 등 주요 도시에서는 겨울 마켓 부스마다 프리트 울라가 빠지지 않습니다. 게다가 가격도 저렴해 부담 없이 여러 개를 즐길 수 있으며, 손에 들고 걷기에도 좋아 길거리 간식으로 최적화된 메뉴죠. 단순한 간식이지만, 크로아티아 사람들의 따뜻한 감성과 계절감을 동시에 담고 있어 더욱 특별하게 느껴지는 음식입니다.
크림슈니테: 자그레브 카페에서 꼭 맛봐야 할 디저트
자그레브에서 카페를 방문했다면, 꼭 주문해봐야 할 디저트가 있습니다. 바로 크림슈니테(Kremšnita)입니다. 크로아티아뿐만 아니라 슬로베니아, 헝가리 등에서도 사랑받는 이 바닐라 커스터드 케이크는, 자그레브 스타일로 가장 유명합니다. 크로아티아의 전통 디저트를 대표하는 메뉴라 해도 과언이 아니죠.
크림슈니테는 바삭한 페이스트리 층 사이에 부드러운 바닐라 커스터드와 생크림을 가득 채운 후, 위에 슈가파우더를 뿌려 마무리합니다. 처음 포크를 넣을 때의 사각거리는 소리와,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크림의 조화는 디저트 애호가들에게 잊을 수 없는 경험을 선사합니다. 맛은 달지만 과하지 않아 커피와 함께하면 한 조각쯤은 순식간에 사라지죠.
자그레브의 유명 카페 거리인 옐라치치 광장 근처나, 돌라츠 시장 주변의 고풍스러운 카페에서는 수제 크림슈니테를 맛볼 수 있습니다. 현지인들도 데이트나 친구 모임 후, 디저트를 먹기 위해 따로 시간을 낼 정도로 애정하는 메뉴입니다. 한국의 카페 문화와는 또 다른 유럽식 디저트 경험을 하고 싶다면, 크림슈니테는 반드시 리스트에 올려야 할 디저트입니다.
결론
크로아티아에서 진짜 음식을 경험하고 싶다면, 지도보다 시장을 보고, 트립어드바이저보다 현지인 줄을 따라가야 합니다. 사르마, 프리트 울라, 크림슈니테처럼 크로아티아 사람들의 삶에 깊게 녹아 있는 음식들은 단지 맛을 넘어 ‘문화’를 전달합니다. 현지의 맛을 경험하는 순간, 당신은 더 이상 관광객이 아니라 이 나라의 일원이 됩니다. 다음 여행에서는 '메뉴판 바깥'의 음식을 맛보며, 크로아티아를 진짜로 느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