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는 이슬람의 발상지이자 보수적인 전통문화를 간직한 나라로, 음식 문화 역시 종교와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외국인이 사우디에서 생활하거나 여행할 때 가장 먼저 겪는 문화 충격 중 하나가 바로 식사 방식, 식사 시간, 금기 음식 등 식문화의 차이입니다. 본 글에서는 외국인이 사우디 식문화를 보다 잘 이해하고 적응할 수 있도록, 핵심적인 요소들을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상세히 소개합니다.
무슬림 문화가 반영된 음식 규칙 이해하기
사우디 식문화의 가장 근본적인 기반은 이슬람 율법(할랄, 하람)에 있습니다. 외국인이 사우디에 처음 왔을 때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음식 관련 규범 중 하나는 할랄(Halal)과 하람(Haram) 개념입니다. 할랄은 이슬람에서 허용된 음식이며, 하람은 금지된 것을 의미합니다.
대표적인 하람 음식으로는 돼지고기와 알코올이 있습니다. 사우디에서는 돼지고기를 취급하는 슈퍼마켓이나 식당은 전혀 존재하지 않으며, 알코올 역시 법적으로 철저히 금지되어 있습니다. 외국인이라고 해서 예외가 없으며, 공공장소에서 알코올을 소지하거나 음주를 하면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할랄 인증은 사우디에서 매우 중요한 개념입니다. 육류는 반드시 할랄 방식으로 도축된 것만 사용되며, 일부 외국 브랜드 레스토랑도 사우디 내에서는 할랄 인증을 받은 재료로만 요리를 합니다. 심지어 맥도널드, 스타벅스, KFC와 같은 글로벌 체인조차도 사우디에서는 할랄 기준을 철저히 따릅니다.
외국인이라면 처음에는 이러한 제약이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점차 이슬람 문화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면 이 또한 중요한 문화적 배려임을 알게 됩니다. 식사를 할 때 비무슬림이라고 해도 종교적 예절을 존중하는 태도는 매우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무슬림과 식사할 때에는 음식을 오른손으로 먹고, ‘비스밀라(하나님의 이름으로)’라는 말로 식사를 시작하는 전통을 존중하면 좋은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식사 시간과 방식의 차이 이해하기
사우디에서 외국인이 당황하기 쉬운 또 다른 포인트는 식사 시간과 식사 방식의 차이입니다. 사우디 사람들의 하루 식사 시간은 일반적인 서양 혹은 한국의 패턴과는 상당히 다릅니다. 이는 기후, 종교적 습관, 문화적 전통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사우디에서 아침 식사는 이른 오전 6~8시 사이에 간단히 이루어지며, 주로 빵, 치즈, 꿀, 대추야자, 가후와(아라비안 커피)로 구성됩니다. 점심은 가장 중요한 식사로, 보통 오후 1시~2시 사이에 이루어지며 식사의 양이 많고 메뉴도 다양합니다. 전통적인 점심식사는 ‘카브사(Kabsa)’나 ‘만디(Mandi)’ 같은 쌀 요리에 고기, 요구르트, 샐러드 등이 함께 제공되며, 공동 식사가 일반적입니다.
저녁식사는 비교적 늦은 시간인 오후 8시~10시 사이에 이루어지며, 외식이 많은 편입니다. 이는 더운 날씨로 인해 낮에는 활동을 피하고, 저녁에 외출하는 문화가 정착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외국인 입장에서는 이 시간대에 열려 있는 레스토랑, 카페, 쇼핑몰 등이 많다는 점이 매우 인상적일 수 있습니다.
식사 방식에서도 중요한 차이가 있습니다. 사우디 전통 식사는 대부분 바닥에 깔린 커다란 원형 쟁반 위에서 손으로 먹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물론 현대식 레스토랑이나 호텔에서는 포크와 나이프를 제공하지만, 가정식이나 전통 행사에서는 여전히 손으로 먹는 문화가 유지됩니다. 오른손만 사용하는 것이 예의이며, 왼손은 일반적으로 불결하다고 여겨져 음식에 사용하는 것을 피해야 합니다.
외국인을 위한 음식 선택과 식당 문화
사우디는 외국인 근로자와 이주민 비율이 높기 때문에, 다양한 국제 음식이 발달해 있습니다. 인도, 파키스탄, 필리핀, 레바논, 터키, 미국 등 여러 국가의 레스토랑이 도시에 즐비해 있으며, 외국인들도 자신의 입맛에 맞는 식당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수도 리야드나 항구도시 제다, 담맘 같은 대도시에는 거의 모든 주요 국가의 음식을 접할 수 있습니다.
외국인이 주의해야 할 점은 라마단(이슬람 금식월)입니다. 라마단 기간 동안에는 해가 떠 있는 시간에 음식 섭취는 공공장소에서 금지됩니다. 비무슬림도 예외는 아니며, 외국인이라고 해도 공공장소에서 먹거나 마시는 행위는 무례한 행동으로 간주되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대신 호텔 객실이나 외국인 전용 공간에서만 조심스럽게 식사할 수 있습니다.
사우디의 외식 문화는 점차 현대화되고 있으며, 최근 몇 년 사이에 여성 혼자 식사할 수 있는 공간, 가족석과 일반석 분리 해제, 카페 문화의 확대 등이 이루어졌습니다. 특히 카페와 디저트 가게는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며, SNS 인증 문화와 연결되어 트렌디한 장소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외국인들도 이러한 변화 덕분에 사우디의 일상에 보다 쉽게 녹아들 수 있습니다.
배달 앱 서비스도 활발히 운영되고 있어, Talabat, HungerStation, Jahez 등은 외국인이 사용하기 편한 영어 인터페이스를 제공합니다. 집이나 숙소에서도 손쉽게 다양한 음식을 주문할 수 있어, 외식이 부담스러운 사람들에게는 유용한 대안이 됩니다.
결론
사우디아라비아의 식문화는 종교적 전통과 지역적 특색이 깊게 반영된 독특한 체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외국인에게는 처음엔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할랄 규정, 식사 시간, 전통적인 방식 등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태도는 사우디 사회에 잘 적응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사우디에 방문하거나 거주할 계획이라면, 다양한 음식을 체험해 보며 문화를 이해하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식탁 위에서 시작되는 문화 이해는 현지인과의 소통을 훨씬 부드럽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