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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부터 쓰촨까지, 중국 전통요리 기행(마파두부,훠궈,짜장면)

by 하늘달셋 2025. 6. 22.

중국은 광대한 영토만큼이나 다양한 식문화를 지닌 나라입니다. 각 지역의 기후, 지형, 역사, 민족 구성이 다르다 보니 음식도 지역별로 매우 독특하게 발달했습니다. 쓰촨의 매콤한 향신료 요리, 충칭의 얼얼한 훠궈, 산둥·베이징의 면요리까지, 중국의 전통음식은 단순히 맛뿐 아니라 그 지역의 정체성과 문화를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중국 대표 지역인 쓰촨, 충칭, 산둥/베이징을 중심으로 마파두부, 훠궈, 짜장면을 탐방하며 진정한 '맛의 여행'을 떠나봅니다.

베이징부터 쓰촨까자, 중국 전통요리 기행
마파두부

 

쓰촨의 얼얼한 유혹, 마파두부

중국 쓰촨 성은 '매운맛의 천국'이라 불릴 만큼 자극적인 향신료 요리로 유명합니다. 그 중심에는 바로 마파두부가 있습니다. 마파두부는 고운 고추기름과 산초(화자오)의 강렬한 향, 두반장의 감칠맛이 어우러진 음식으로, 먹는 순간 입안 가득 얼얼함과 매운맛이 퍼지는 독특한 요리입니다.

이 요리는 청나라 말기 청두의 작은 식당에서 처음 등장했습니다. 얼굴에 천연두 자국이 있었던 할머니가 운영하던 식당에서 유래해 ‘마파(麻婆)’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설이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그녀가 만든 두부 요리가 손님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현재는 중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널리 알려진 대표 쓰촨요리로 자리 잡게 되었죠.

정통 마파두부는 단순히 맵기만 한 음식이 아닙니다. 고기의 고소한 풍미, 된장의 짭조름한 맛, 향신료의 풍부한 향이 균형 있게 어우러져 하나의 작품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쓰촨에서는 식욕이 없을 때일수록 마파두부를 먹으며 입맛을 돋우곤 합니다. 여기에 밥 한 공기 곁들이면, 매운맛과 고소함, 얼얼함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완벽한 식사가 됩니다.

한편, 한국에서 접하는 마파두부는 대부분 맵기와 향신료의 강도가 다소 약해지고, 간장이나 고추장을 활용해 한국식으로 변형된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정통 쓰촨식 마파두부는 진한 향신료와 매운맛이 살아 있으며, 이국적인 풍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요리입니다.

충칭의 불맛, 훠궈의 세계

훠궈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음식이지만, 그 뿌리를 따라가 보면 충칭이라는 도시와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충칭은 쓰촨 성 남서쪽에 위치한 내륙도시로, 후덥지근한 날씨와 강한 음식문화가 어우러진 지역입니다. 이런 환경 속에서 탄생한 충칭식 훠궈는 ‘매운 국물의 절정’이라 할 수 있을 만큼 강렬하고 중독적인 맛을 자랑합니다.

훠궈는 우리말로 ‘불 냄비’라는 뜻으로, 육수에 다양한 재료를 넣어 즉석에서 끓여 먹는 요리입니다. 일반적으로 맵고 얼얼한 홍탕과 깔끔한 칭탕을 나란히 제공하는 ‘양훠궈(두 가지 국물)’ 형태가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충칭식 홍탕은 고추기름, 산초, 마늘, 생강, 두반장, 화조기름 등 수십 가지 향신료를 넣어 하루 이상 우려낸 깊은 맛의 국물이 특징입니다.

이러한 국물에 얇게 썬 양고기, 소고기, 해산물, 푸주(건두부), 청경채 등을 살짝 익혀 먹으면, 각 재료에 향신료의 풍미가 스며들어 씹을수록 맛이 배어 나옵니다. 여기에 각자 입맛에 맞는 디핑 소스를 만들어 찍어 먹는 것도 훠궈의 매력 중 하나입니다. 땅콩소스에 마늘, 파, 고수, 간장을 섞는 방식이 일반적이며, 마라향을 좋아하는 이들은 라유를 듬뿍 넣기도 합니다.

중국인들에게 훠궈는 단순한 요리를 넘어 ‘함께 먹는 문화’를 상징합니다. 가족, 친구, 동료들과 둘러앉아 함께 끓이고 나누는 훠궈는 대화와 유대를 깊게 해주는 요리로 여겨집니다. 그래서인지 특별한 날이나 명절, 퇴근 후 모임에서 훠궈는 빠지지 않는 대표 메뉴입니다. 최근 한국에서도 충칭식 훠궈 전문점이 빠르게 늘고 있으며, 진한 향신료 맛을 즐기는 마니아층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짜장면, 중국식 면요리의 원형

짜장면은 한국인의 대표 외식 메뉴 중 하나로, 중국 요리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음식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익숙한 짜장면은 원형인 ‘자장미엔(炸酱面)’과는 꽤 다른 요리입니다. 자장미엔은 중국 북부, 특히 산둥과 베이징 일대에서 발전한 전통 면요리로, 된장 베이스의 짠맛이 강한 소스를 삶은 면 위에 얹어 먹는 간단한 음식입니다.

한국식 짜장면은 초창기 인천 차이나타운에서 산둥 출신 화교들이 자장미엔을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변형한 것에서 시작됐습니다. 원래는 간장과 된장 위주였던 소스를 캐러멜 색소로 검게 만들고, 여기에 양파와 돼지고기를 듬뿍 넣어 단맛과 감칠맛을 강조한 것이죠. 이후 짜장면은 대한민국 전역으로 퍼져 ‘국민 음식’이라 불릴 만큼 큰 사랑을 받게 됩니다.

중국 본토에서 짜장면은 매장에서 쉽게 찾아보기는 어렵습니다. 대신 비슷한 개념의 자장미엔, 다장기엔(干炸酱面), 간장면 등이 존재하지만, 지역에 따라 조리법과 양념이 크게 다릅니다. 베이징식 자장미엔은 콩된장을 진하게 볶아 소스를 만들고, 채 썬 오이와 당근을 고명으로 얹어 먹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한편, 산둥식은 고기를 거의 넣지 않고 된장 중심의 짠맛이 강한 스타일이 많습니다.

한국 짜장면과 중국 자장미엔의 가장 큰 차이는 맛의 방향성에 있습니다. 한국 짜장면은 달달하고 부드러운 반면, 중국식은 짠맛과 깊은 된장 풍미에 초점을 둡니다. 또한 면의 질감이나 양념 비율도 전혀 달라, 두 음식은 이름만 같을 뿐 완전히 다른 음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결론

마파두부의 얼얼한 맛, 훠궈의 깊고 진한 향신료 국물, 그리고 짜장면에 담긴 역사의 흔적까지. 중국의 전통요리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로 한 지역의 정체성과 문화를 드러내는 예술입니다. 각 요리는 그 지역의 기후, 역사, 사람들의 삶을 반영하며, 식탁 위에서 여행을 떠나는 듯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오늘 저녁, 중국의 풍미를 한 입 담아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