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는 단일 국가이지만, 그 안에는 다양한 지역문화와 생활 방식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특히 수도인 리야드와 홍해 연안의 국제 도시 제다는 지리적, 문화적 차이로 인해 일상생활에서도 서로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 중에서도 아침식사는 각 도시의 성격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생활문화 중 하나입니다. 본 글에서는 리야드와 제다의 전통 및 현대적 아침식사 문화를 비교하며, 그 안에 담긴 사람들의 사고방식, 사회 구조, 그리고 문화적 정체성을 들여다보겠습니다.
리야드의 전통 아침식 문화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는 국가의 정치, 경제 중심지이자 가장 보수적인 도시입니다. 리야드는 광활한 사막지대에 형성된 도시로, 오랜 시간 동안 전통 베두인 문화를 바탕으로 한 생활 방식이 이어져 왔습니다. 이런 배경은 리야드 사람들의 아침식사 문화에도 깊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리야드의 전형적인 아침식사는 가족 중심이며, 단체 식사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식탁 위에 올라오는 대표적인 메뉴는 ‘파울(Foul)’이라는 삶은 누에콩 요리, ‘타미즈(Tameez)’라는 화덕에서 구운 납작 빵, 그리고 ‘할와(Halwa)’라는 달콤한 디저트입니다. 이 외에도 ‘라바네’(염소 치즈)나 올리브와 꿀, 대추야자가 함께 곁들여지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음식이 커다란 접시에 함께 담겨 나와 손으로 나눠 먹는 문화가 있습니다. 이는 가족 공동체 중심의 사회 구조를 반영하는 전통입니다.
아침식사는 주로 집에서 이루어지며,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천천히 먹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특히 금요일 아침은 매우 중요하게 여겨집니다. 많은 가족들이 이 날 아침을 특별하게 준비하며, 일종의 가족 행사처럼 여깁니다. 대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대추야자를 먹으며, 전통 아라비안 커피인 ‘가후와(Qahwa)’를 나눠 마시는 모습은 리야드만의 고유한 풍경입니다.
최근 몇 년간 리야드에도 현대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으며, 일부 젊은 세대는 외식을 즐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전통적인 아침식 문화를 지키려는 움직임이 강합니다. 이는 리야드 시민들의 보수적인 성향과, 종교 및 문화 전통에 대한 자부심이 반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다의 다문화 아침식 스타일
사우디아라비아의 서부 해안 도시 제다는 리야드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자랑합니다. 제다는 예로부터 홍해를 통한 무역과 순례객의 관문 역할을 해오면서, 자연스럽게 다양한 문화가 유입되고 정착한 도시입니다. 이러한 국제적 배경은 아침식사 문화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제다의 아침식사는 ‘다양성과 개방성’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리야드처럼 전통적인 메뉴도 존재하지만, 제다 시민들은 더 자주 외식을 하며, 다양한 국제 음식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합니다. 예를 들어, 샥슈카(Shakshuka), 레바논식 브런치, 터키식 페이스트리, 프랑스식 크로와상과 커피, 심지어 인도식 파라타와 채식 카레까지 즐길 수 있습니다.
아침 시간대에 카페나 레스토랑을 가보면, 젊은 층부터 가족 단위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외식으로 아침을 해결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제다에는 수많은 카페와 베이커리, 브런치 전문점이 있으며, 대부분의 장소가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큼 세련된 분위기를 자랑합니다.
제다는 해안 도시인만큼 해산물 아침식사도 인기가 많습니다. 전통적으로 생선이나 새우를 이용한 죽 종류도 있으며, 이는 특히 어촌 출신 가정에서 즐겨 먹는 메뉴입니다. 여기에 신선한 허브와 라임을 곁들여 아침부터 개운한 한 끼를 즐기는 것이 제다 스타일입니다.
종교적 행사나 금요일 같은 특별한 날에도 제다 사람들은 꼭 전통을 고집하기보다는, 친구들과 함께 근처 해변 카페에서 브런치를 즐기며 하루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도시 특유의 자유로운 분위기와 국제화된 사회 구조를 보여주는 좋은 예입니다.
두 도시의 아침식 문화를 비교해 보면
리야드와 제다는 같은 나라에 속해 있지만, 아침식사 문화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이는 단지 음식의 종류만이 아니라, 식사를 대하는 태도, 시간, 방식까지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리야드는 가족 중심의 전통적인 문화가 강하게 남아 있고, 식사 자체를 의례적인 의미로 받아들이는 반면, 제다는 개인 중심의 라이프스타일이 반영된 자유롭고 국제적인 식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식재료에서도 차이가 드러납니다. 리야드는 로컬 재료와 향신료를 바탕으로 한 요리가 많으며, 전통적인 조리 방식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반면 제다는 수입 재료나 퓨전 스타일의 요리가 많아, 다양한 국가의 요리를 경험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제다에서는 프랑스산 치즈와 커피, 인도산 향신료가 들어간 요리를 아침으로 즐기는 것이 자연스러운 풍경입니다.
또한 식사 환경 자체도 다릅니다. 리야드는 대체로 집에서 식사를 하며, 외식은 특별한 날이나 필요할 때만 하는 반면, 제다는 일상적으로 외식을 하며, 브런치 문화도 활성화되어 있습니다. 이는 사회 전반의 문화적 태도와 소비 행태의 차이에서도 기인합니다.
이처럼 두 도시의 아침식 문화를 비교하면, 단순한 음식의 차이를 넘어서서 사우디 내부의 문화적 다양성과 지역 간 정체성까지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는 사우디아라비아가 단일문화국가라는 고정관념을 깨는 좋은 사례이기도 합니다.
결론
리야드와 제다, 두 도시는 사우디아라비아라는 같은 뿌리를 가진 나라에 속해 있지만, 아침식사 문화에서는 놀라울 만큼 다른 개성을 보여줍니다. 리야드는 전통적이고 가족 중심적인 식사 문화를 유지하는 반면, 제다는 국제적이고 개방적인 분위기 속에서 다양한 요리를 받아들입니다. 이러한 차이는 각 도시의 역사, 지리, 사람들의 삶의 방식에 따라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이며, 사우디의 지역 다양성을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사우디를 방문하거나 거주할 계획이 있다면, 꼭 리야드와 제다의 아침식 문화를 모두 경험해 보며, 그 속에 숨겨진 문화적 깊이를 느껴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