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아티아는 고대 도시의 풍경과 눈부신 해안선뿐 아니라, 그 뿌리 깊은 음식 문화로도 주목받는 미식 여행지입니다. 남쪽의 따뜻한 바다를 품은 두브로브니크부터 북쪽 내륙의 수도 자그레브까지, 지역마다 고유의 음식이 존재하며 도시의 성격을 그대로 담고 있죠. 이번 글에서는 각 도시에서 꼭 맛봐야 할 음식으로 파스티차다, 부좔라, 그리고 슈트루클리를 소개합니다. 도시마다 음식도 성격도 다르지만, 모두가 '크로아티아'라는 이름으로 하나가 됩니다.
파스티차다: 두브로브니크에서 만나는 정통 소고기 스튜
두브로브니크는 아름다운 성벽과 푸른 바다로 유명한 남부 해안 도시이지만, 이 지역에는 오랜 전통을 지닌 음식이 있습니다. 바로 '파스티차다(Pašticada)'입니다. 이 요리는 단순한 소고기 스튜가 아니라, 시간이 주는 깊은 맛을 담은 대표적인 전통 요리입니다. 대체로 크리스마스나 명절 등 특별한 날에 가족들이 함께 나눠 먹는 음식으로 알려져 있죠.
파스티차다는 고기를 레드와인과 식초에 하루 이상 재워 연하게 만든 후, 양파, 당근, 셀러리, 말린 자두 등 다양한 재료와 함께 천천히 끓여내는 방식으로 조리됩니다. 수 시간 동안 고기를 조리면서 깊고 진한 육즙이 소스에 배어들고, 달콤하면서도 새콤한 맛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풍미가 극대화됩니다. 고기는 칼 없이도 썰릴 정도로 부드럽고, 특유의 소스는 감자 퓌레나 수제 뇨끼와 함께 먹으면 최고의 궁합을 이룹니다.
두브로브니크에서는 대부분의 전통 음식 전문 식당에서 파스티차다를 만날 수 있으며, 가족 레스토랑에서는 손맛 가득한 집밥 스타일로 제공되기도 합니다. 현지인들도 자주 찾는 이 음식은 단순한 요리를 넘어, 크로아티아의 가족 문화와 시간을 담은 ‘음식 유산’이라 할 수 있습니다.
부좔라: 스플리트 해변에서 즐기는 해산물 토마토 찜
중부 해안 도시 스플리트는 고대 로마 유적과 함께 살아 숨 쉬는 활기찬 도시입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가장 흔히 만날 수 있는 해산물 요리가 바로 '부좔라(Buzara)'입니다. 흔히 '브루옛(Brujet)' 또는 '부좔라'라고 불리는 이 요리는 신선한 홍합, 새우, 문어 등을 올리브오일, 마늘, 토마토소스, 화이트 와인과 함께 조리한 일종의 해산물 찜 요리입니다.
스플리트에서 제공되는 부좌라는 아드리아해에서 잡아 올린 해산물을 사용하기 때문에 그 신선함이 특별하며, 조리법 또한 간단하지만 풍미는 깊고 진합니다. 크로아티아의 올리브유와 마늘, 바질 향이 어우러진 토마토소스는 해산물 특유의 감칠맛을 더욱 끌어올려 줍니다. 바삭한 바게트나 부드러운 밀가루빵과 곁들이면 국물까지 완벽하게 즐길 수 있죠.
특히 노을이 지는 스플리트 해변의 레스토랑에서 부좌라 한 접시와 화이트 와인을 곁들이는 순간은 크로아티아 여행 중 빼놓을 수 없는 장면이 됩니다. 따뜻한 국물 속에서 해산물 본연의 맛이 살아나는 이 요리는, 그날의 피로를 녹이며 여행자에게 위로가 되어줍니다.
슈트루클리: 자그레브 전통 디저트 같은 식사 한 끼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에서는 바다의 향기 대신 밀가루와 치즈의 고소한 향기가 여행자를 맞이합니다. 특히 이 지역을 대표하는 전통 음식 중 하나가 바로 '슈트루클리(Štrukli)'입니다. 슈트루클리는 치즈와 크림을 가득 채운 밀가루 반죽을 오븐에 구워낸 요리로, 디저트와 식사 사이의 경계에 있는 독특한 음식입니다.
보통 생반죽에 크로아티아산 신선한 치즈(주로 카쉐르)를 채워 말은 후, 크림소스를 얹어 오븐에 구워냅니다. 익힌 뒤에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크리미 한 치즈가 흘러나오며, 따뜻하고 부드러운 맛이 일품입니다. 어떤 버전은 삶아서 서빙되기도 하며, 달콤한 버전과 짭짤한 버전이 모두 존재합니다. 자그레브 사람들은 아침 식사, 간식, 가벼운 점심 대용으로도 자주 슈트루클리를 즐깁니다.
현지의 오래된 베이커리나 가정식 레스토랑에서는 수제 슈트루클리를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관광객들 사이에서도 이색적인 식감과 맛으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크로아티아 전통 요리 중에서도 비교적 부담 없고 따뜻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 특히 여행 마지막 날 자그레브에서의 한 끼로 추천할 만합니다.
결론
두브로브니크의 부드러운 파스티차다, 스플리트의 풍미 깊은 부좔라, 자그레브의 정겨운 슈트루클리까지. 각 도시가 품은 음식은 그곳의 문화와 정서를 고스란히 담고 있으며, 입맛은 물론 마음까지 채워주는 역할을 합니다. 단순한 여행을 넘어, 크로아티아의 다양한 도시를 '맛'이라는 감각으로 탐험해 보세요. 도시마다 맛은 다르지만, 그 감동은 모두 같습니다.